Korean translation by Jiyae Hwang has started

Ji Hwang

Good news, a Korean translation of Qui a tué le poète? is on its way, by Jiyae Hwang. Here is a taster:

프롤로그

평소보다 더 간절히

빌-드-아브레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에서 내 동생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2010년 4월 20일, 아침 열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이건 환영이야, 바르도는 그렇게 되뇌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면 왠지 팔이 아이의 머리를 뚫고 지나갈 것 같았다. 그는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천천히.

내가 우물 밑 깊은 바닥이나 머나먼 타국에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어.

눈을 감으면 내 세계는 모두 가루가 되어 있을 거야.

영혼-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바르도는 아이의 머리카락과 조그마한 두개골을 만졌다. 걸쭉한 물과 같은 농도가 느껴졌는데, 손을 떼었을 때 전혀 젖어 있지 않았다. 동생에게선 순간 울음이 새어나왔지만 이내 멎었다. 누군가 부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후드로 반쯤 가려진 얼굴에 소포를 들고 있는 방문객이었다. 바르도가 문을 열러 간 사이, 아이는 그의 옆에 붙어서서 그의 손을 잡았다. 괴이한 감촉이었다—쥐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쥔다는 것.

커피캡슐 배달부는 이내 후드를 내렸지만 작은 존재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아이를 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바르도는 그럴 듯한 이유를 생각하느라 잠시 멈칫하고는, 용기를 내어 현관에 서 있는 상대방에게 말을 꺼냈다.

— 제 아들입니다.

배달부는 텅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는 동생이 손가락에 힘을 준 채 구부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꼭 보이지 않는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그는 가끔 특이한 손님들을 마주친 경험이 있어서, 맞장구를 조금 쳐 주는 게 일하는 데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 아이가 아빠를 참 닮았군요. 여기 서명하시면 됩니다.

바르도는 서명을 하기 위해 아이의 손을 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뇌를 감추기 위해 품위 있는 척 연기를 했다. 그는 커피캡슐이 든 소포를 받아들고는 인사를 하고 문을 닫은 뒤 베르나르도를 향해 몸을 돌렸다.

— 뭐 줄까?

아이는 말없이 부엌 서재에 진열된 책들 옆에 세워져 있는 사진 하나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스무 살 쯤 되는 어느 여인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회색에 검은 테두리가 있는 눈동자, 깊은 붉은 빛으로 물든 머리칼, 그리고 하얀 피부를 가진 여인이었다. 6년 전 과거의 사진 속에서, 오필리아와 바르도는 행복이 만연한 모습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확연한 목소리로 아이는 말했다.

— 그녀는 아름다웠어요. 그녀를 아직 사랑하나요?

— 나도 몰라. 몇 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어. 일 년에 한두 번 연락이 오는 것 말고는, 전혀 소식이 없어.

— 왜요?

— 그 때는 상황이 복잡했지… 아마 지금 함부르크에 살고 있을 거야.

— 다시 보고 싶어요?

— 나도 몰라.

오필리아와 바르도의 이야기를 자잘한 구석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나를 제외하면 몇 없을 것이다. 동생에게 나는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심복 같은 존재였지만, 보호자는 아니었다. 그 시절 나는 반 프랑스인, 반 영국인이었던 그녀의 성격에 대해 회의를 가졌지만,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은 들지 않았었고, 이는 동생에게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되었다. 밀랍으로 된 날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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